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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가이드

아이폰 4.15% 예금계좌 내놨다…美은행보다 이자 10배 준다

애플이 연 4.15% 이자를 주는 예금 상품을 출시하면서 미국 은행권을 긴장시키고 있다.은행권 위기로 대량 예금 인출을 겪은 일부 은행들의 부실화를 가속화할지 주목된다. 애플은 한국을 비롯해 다른 지역에서도 저축 서비스를 출시할지는 밝히지 않았다.

예금 계좌되는 아이폰

1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이 애플이 아이폰에서 미국 전국 평균 금리의 10배가 넘는 이자를 지급하는 예금 계좌 상품을 출시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애플은 이날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와 제휴해 연 4.15%의 고금리가 붙는 애플 카드 예금 계좌 상품을 공개했다. 해당 예금 계좌는 애플 카드 예금 계좌는 애플 카드를 관리하는 앱인 ‘월릿’(wallet)에서 개설할 수 있다. 계좌 개설에 따르는 수수료나 최소 예금 요건은 없다.이 계좌는 미국 거주자만 만들 수 있고 예금 상한액은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의 보증액인 25만달러(약 3억2900만원)다.

아이폰 이용자가 해당 계좌를 개설할 경우, ‘데일리 캐시’ 보상이 저축계좌로 자동 입금된다. 데일리 캐시는 애플 카드를 사용하면 최대 3%까지 제공되는 일종의 보상 서비스를 말한다. 애플은 이용자가 언제든지 데일리 캐시 입금 위치를 변경할 수 있고, 예금 계좌에 은행 계좌 자금을 추가해 수익을 창출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용자 입장에선 더 많은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애플페이+애플계좌’ 조합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2012년 디지털 지갑 ‘애플 월렛’을 내놓은 애플은 모바일 결제 ‘애플페이’(2014년), 개인 송금 서비스 ‘애플캐시’(2017년), 신용카드 ‘애플카드’(2019) 등 금융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애플카드는 수수료 없이 사용금액 최대 3%를 돌려주는 캐시백 서비스로 지난해 초 기준 사용자가 6700만 명으로 늘어났다.

올 들어서도 선(先)결제 후(後)지불로 할부 결제가 가능한 ‘에플 페이 레이터’를 내놓으며 단기 대출 시장에 뛰어들었다. 애플은 장기 대출 상품 ‘애플페이 먼슬리 페이먼트’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실상 ‘아이폰 은행’으로 변신하는 것이다.

미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애플은 금융 상품을 포함해 애플TV, 애플 피트니스 같은 서비스 매출이 급증해 전체 매출 20%까지 차지하고 있다.

 

‘연 4.15% 예금 계좌’ 美 은행 비상

애플의 공격적 금융 서비스 행보에 미 은행권은 긴장하고 있다.

애플이 제시한 예금 금리는 연방예금보험공사가 집계한 금리 평균 0.35%에 비하면 매우 높다. 다른 일부 은행들도 기준금리 상승에 따라 4%대 예금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예금 조건이나 접근성 등의 문제로 전체 예금액의 22%만 3% 이상 금리를 적용받고 있다. CNBC는 애플이 제시한 금리는 전체 미국 은행을 통틀어 11번째로 높다고 전했다.

애플의 예금 상품 출시가 주목받는 것은 금리 때문만은 아니다. 아이폰을 기반으로 금융 업무를 좀 더 편리하게 만들 가능성에도 기존 은행들이 긴장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은행(SVB)과 시그니처은행이 지난달 파산한 이후 다른 은행들이 동반 부실을 겪을 우려가 잔존하는 것도 애플의 고금리 예금 상품의 성공 여부에 눈길이 쏠리게 만든다.

이와 관련해 파이낸셜 타임스는 미국 대형 은행들인 찰스슈와브·스테이트스트리트·엠앤티(M&T) 3곳에서 1분기에 예금이 600억달러(약 79조원) 가까이 빠져나갔다고 이날 보도했다. 위기설이 돌던 찰스슈와브는 1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4% 증가한 16억달러를 기록했다. 하지만 예금은 410억달러가 빠져나가면서 11% 줄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보다는 30% 줄었다. 스테이트스트리트는 5%, 엠앤티는 3% 각각 예금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스테이트스트리트는 이런 내용을 포함한 실적 발표에 주가가 9% 떨어졌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전통 금융기관의 예금 이탈은 계속해서 가시화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애플페이 이어 예금 계좌도 국내 진출할까

애플의 고금리 저축이 국내에도 출시될지는 미지수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애플 측에서 어떤 의사도 타진해온 게 없다”며 “애플 통장이 단순한 포인트 지갑 개념인지, 애플이 취합한 소비자 금융 정보 등을 어떻게 어디까지 활용하는지 등에 따라 기존 은행과 협업 가능 여부가 결정될 텐데 아직 아무런 정보가 없다”고 말했다. 애플의 모바일 결제 서비스인 애플페이도 지난 2014년 출시됐지만, 지난달 국내에 들어오기까지 9년이 걸렸다.

최근 테크 기업들과 금융 기관의 협업은 대세가 되어가고 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지난 2020년 미래에셋증권과 ‘CMA-RP 네이버통장’을 내놨고, 작년에 하나은행과 함께 ‘네이버페이 머니 하나통장’을 출시했다. 금융 업계 관계자는 “애플 예금의 국내 출시 역시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Z세대에게 이미 애플은 금융사다. 애플페이로 커피를 사 마시고, 애플 단기 대출로 당장 돈 없이도 원하는 상품을 사고, 애플 계좌로 돈까지 저축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애플 시세

17일(현지시간) 애플 주가는 0.012% 오른 165.23달러, 골드만삭스 주가는 0.82% 오른 339.68달러로 마감했다.

지난 13일(현지시간) 크레디트스위스는 애플에 대한 목표주가를 주당 184달러에서 188달러로 상향했다. 현재 주가(165달러) 대비 11% 상승 여력이 있는 셈입니다. 2분기 매출액 목표치도 921억9000만달러에서 932억7000만달러로 높여 잡았다.

섀넌 크로스 크레디트스위스 연구원은 “(애플이) 5% 이상의 배당 증액과 900억 달러의 추가 자사주 매입에 상응하는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지금까지와 비슷하게 배당보다는 자사주 매입으로 주주환원에 집중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최근 일본을 방문한 ‘투자의 귀재’ 워렌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도 애플 주식에 대해 여전히 긍정적인 견해를 유지했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애플 지분 6% 가량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회사가 보유한 단일 기업의 지분 중 가장 높은 금액이다. 주식 포트폴리오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4%나 된다.

버핏 회장은 최근 CNBC와의 인터뷰에서 애플 소비자들의 높은 충성도, 팀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의 경영 역량 등을 여전히 높게 평가했다.